집주인에게 비밀번호를 빨리 알려줘야 하는 이유(쇼츠#23)

집주인이 임대차 종료를 부정하면서 아파트 수령을 거부한다면 아파트 반환의 이행 제공(아파트 비밀번호 알림)만 해도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은 후 이사를 나가면서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지연손해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

  • 화성시 E아파트 F호를 임대차보증금 2억 5,500만 원, 임대차기간 2017. 1. 20. 부터 2019. 1. 20.로 정하여 임차하는 계약이 체결됨
  •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2019. 4.경까지 이 사건 임대차계약 기간 연장을 요청하였고, 집주인도 이에 동의했음
  • 세입자는 2018. 12. 4.부터 3회(2018. 12. 4., 2019. 3. 15., 2019. 4. 9.)에 걸쳐 임대차계약 기간의 만료에 따른 전세보증금반환을 요청하는 각 내용증명우편을 보냈고 각 내용증명우편은 그 무렵 집주인에게 도달됨
  • 집주인은 2019. 4. 4.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인 2억 3,000만 원만 받고 나머지 2,500만 원은 채무로 남긴 다음 이사를 나갈 것인지,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더 기다릴 것인지 선택하라’고 제의함
  • 세입자는 이를 거부하면서 2019. 4. 30.까지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요구함
  • 세입자는 2019. 4. 11. 수원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관한 임차권등기명령(2019카임000)을 받았고, 2019. 5. 10. 그에 따른 주택임차권의 등기를 마침
  • 세입자가 임대차기간 만료 전인 2019. 4. 24. 이사를 나가서 이 사건 아파트를 비워줌.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변경된 기간 만료일인 2019. 4. 30.이 도과함으로써 종료하였으니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 5,5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함

집주인의 4가지 항변

보증금 반환 시기 관련 주장

집주인은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았을 때 세입자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집주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 주장과 같은 합의가 성립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함

아파트 파손 등에 의한 공제 주장

집주인은 세입자가 거실 벽에 못질을 하는 등으로 파손하여 그 수리에 320만 원의 비용이 들고, 세입자가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잘못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 금팡이가 생겨 새로 도배하는 데 160만 원의 비용이 들어서 총 480만 원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음

법원은 집주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세입자가 거주하면서 아파트를 파손하였다거나 곰팡이가 생기도록 하였다거나, 이를 원상회복하기 위해서 그 정도 비용이 든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함

주택임차권등기 말소 전 임대차보증금반환 거절 주장

세입자의 주택임차권 등기의 말소 전까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할 의무라면서 집주인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규정에 의한 임차권등기는 이미 임대차계약이 종료하였음에도 임대인이 그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료되게 되므로, 이미 사실상이행지체에 빠진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와 그에 대응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새로이 경료하는 임차권등기에 대한 임차인의 말소의무를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고, 특히 위 임차권등기는 임차인으로 하여금 기왕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담보적 기능만을 주목적으로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할 의무이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아파트의 인도에 관한 동시이행 주장

집주인은 세입자가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그 인도완료시까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 항변하자,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 인도의 이행을 제공하였다고 재항변하였음

동시이행항변권 상실에 관한 법원의 판단

동시이행관계 법리

세입자의 아파트 반환 의무와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기 때문에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키지 못하면 보증금 반환 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집주인이 아파트 수령을 거부한다면 이행 제공만 해도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킬 수 있다고 판단함

법원은 집주인이 일관되게 이 사건 아파트의 임대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점유의 이전에 집주인의 협력이 필요함에도 집주인이 아파트 점유의 이전에 협력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거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함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반환의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제공을 하여 임대인의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시키지 아니하는 이상,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를 다투면서 임대차목적물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임대차목적물의 반환에 임대인의 협력을 요하는 경우,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차목적물을 현실로 반환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에게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을 제공하였다면, 이로써 임대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킬 수 있다.

세입자가 이행의 제공을 했는지 여부

법원은 아래의 근거를 들어 세입자가 6월 5일 아파트 반환에 관한 이행의 제공(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알림)을 했으므로 집주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이 상실되었다고 판단함

  • 이 사건 아파트는 현관문 출입을 위한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는데, 세입자는 4. 24. 이사를 나간 이후부터 2019. 6. 1.무렵까지 집주인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아니한 채,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이 사건 아파트의 임차 중개를 위해 집을 보러오거나 집주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 도배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 직접 이 사건 아파트에 가서 문을 열어준 다음 용무를 마치면 현관문을 닫고 비밀번호를 바꾸는 방식으로 집을 관리했음
  • 집주인은 2019. 6. 5.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있는 비닐봉투를 버려주고 창문을 조금 열어놔 달라고 요청하였고, 세입자는 그 요청을 받아들인 후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더 이상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 집주인은 2019. 8. 2. 집 관리를 위해 비밀번호를 알려줄 것을 다시 세입자에게 요청하자 세입자는 비밀번호를 변경한 적이 없다고 답하였
  • 이에 집주인은 세입자가 새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받아서 이사하지 않는 이상 임대차 존속 중 임의로 이사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함
원고는 이사 이후에 현관문 비밀번호를 관리하고 있다가 2019. 6. 5.경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더는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겠다고 통보하였는바, 그때부터는 피고로 하여금 언제든지 이 사건 아파트에 드나들 수 있도록 허락하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은 원고가 가르쳐준 현관문 비밀번호가 부정확해서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었고 그 이후에도 원고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었다고 주장하나, 세입자가 명시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겠다거나 비밀번호를 바꾼 적이 없다고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반면, 집주인은 즉시 이에 대해 반박하는 메시지를 보낸 증거를 제출하지는 아니한 점 등 이와 관련된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정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임대인인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종료를 다투면서 임대차목적물인 이 사건 아파트의 반환 수령을 거부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사를 나간 이후 적어도 2019. 6. 5.에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이를 변경하지 아니하겠다고 통보함으로써 임대차목적물인 주택의 인도에 관한 이행제공을 완료했다고 판단되고, 원고가 그 이전에 이 사건 주택의 반환의무에 관한 이행제공을 완료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법원의 판결

집주인은 보증금 2억 55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여기서 지연손해금은 세입자가 비밀번호를 알려준 다음날인 6월 6일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로 계산하고, 판결 선고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로 계산함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 5,5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의 인도 이행제공일 다음날인 2019. 6. 6.부터 피고가 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7. 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